부모님이 스마트폰을 어려워하는 이유와 쉽게 쓰게 만드는 방법

부모님께 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드렸다가 몇 달 뒤 확인해 보면 결국 TV 앞에만 앉아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기기가 문제가 아닙니다.

저도 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처음엔 왜 안 쓰시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막상 옆에서 지켜보니 이유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부모님이 원하는 콘텐츠 큐레이션을 먼저 해드리면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달라집니다.

거실 소파에서 부모님이 스마트폰 사용법을 함께 배우고 있는 모습

1. 진입장벽이 높은 진짜 이유, 기능이 아니라 심리입니다

저도 처음엔 단순히 사용법을 몰라서 그러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유튜브 켜는 법, 검색하는 법, 볼륨 조절하는 법을 차례로 알려드렸는데, 그다음 날 다시 가보면 TV를 켜고 계셨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잘못 눌렀다가 고장 나면 어쩌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기기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실수했을 때 자녀에게 다시 연락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른바 자기효능감(Self-Efficacy) 문제입니다. 자기효능감이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뜻하는데, 디지털 기기 앞에서 이 감각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습니다.

실제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기기 이용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음에도 스스로 기기를 다룰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젊은 층 대비 현저히 낮습니다. 기기를 드리는 것보다 사용에 대한 자신감을 먼저 심어드려야 한다는 뜻입니다(출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그래서 저는 전략을 바꿨습니다. 기능을 많이 알려드리는 대신, “잘못 눌러도 전원 껐다 켜면 원래대로 돌아와요”라는 말을 먼저 드렸습니다. 그 한마디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했습니다.

2. 유튜브 활용, 딱 3단계면 충분합니다

부모님께 스마트기기를 알려드릴 때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화면 구성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 드리는 일이었습니다. 아이콘이 많고 글씨가 작으면 처음부터 부담을 느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바탕화면에 유튜브 아이콘 하나를 크게 올려두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앱은 다른 화면으로 옮겨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정리했습니다.

이후 알려드린 순서는 이렇습니다.

  1. 화면 한쪽에 크게 만들어 둔 유튜브 아이콘을 클릭 한 번으로 실행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다른 앱 실행은 일절 언급하지 않습니다.
  2. 음성 검색(Voice Search) 기능을 알려드립니다. 음성 검색이란 키보드 입력 없이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 자동으로 검색되는 기능으로, 키보드 자판이 불편한 분들께 특히 유용합니다. “임영웅이라고 말해보세요”라고 하니, 첫날부터 혼자 해보셨습니다.
  3. 좋아하는 가수나 드라마 제목을 검색한 뒤 원하는 영상을 하나 눌러보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처음부터 자동재생까지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익숙해진 뒤에는 자동재생이나 구독 기능을 추가로 알려드렸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음성 검색을 알려드린 지 사흘쯤 지났을 때, 전화 한 통 없이 혼자 트로트 가수 이름을 검색해서 연속으로 보고 계셨습니다. 기능을 몇 가지 더 알려드린 것도 아니었는데, 딱 이 세 가지만으로 충분했습니다.

화면 크기도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부모님이 작은 글씨를 보기 불편해하신다면 작은 노트북 화면보다 글씨와 아이콘을 크게 설정할 수 있는 모니터가 훨씬 편할 수 있습니다. 화면 밝기도 무조건 낮추기보다는 주변 조명과 눈의 피로도를 고려해 직접 보기 편한 수준으로 맞춰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3. 콘텐츠 큐레이션, 콘텐츠를 미리 찾아드리니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기를 드렸다고 끝이 아닙니다. 제가 경험해 보니, 막상 유튜브를 켜도 뭘 검색해야 할지 몰라서 결국 화면만 보다가 끄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콘텐츠 큐레이션(Content Curation)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콘텐츠 큐레이션이란 방대한 정보 중에서 특정 사람에게 맞는 자료를 선별하고 정리해 주는 과정을 뜻합니다.

저는 부모님이 좋아하셨던 가수, 예전에 즐겨 보시던 드라마, 관심 있으셨던 요리나 텃밭 가꾸기 관련 채널을 미리 찾아서 구독 목록에 넣어뒀습니다. 유튜브 앱 안에 즐겨찾기처럼 저장해두면, 다음에 켰을 때 바로 그 채널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사전 준비 하나가 부모님이 기기를 계속 쓰시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분기점이 됐습니다.

넷플릭스 같은 OTT도 부모님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미리 찾아두면 접근하기가 훨씬 편했습니다. 부모님이 사용하는 프로필을 따로 만들어 놓고, 좋아하는 옛날 영화나 드라마, 콘서트 등을 미리 찜해두면 매번 무엇을 볼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화면의 글씨나 자막이 작다면 TV의 화면 설정이나 자막 설정도 함께 조정해 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자녀가 원하는 취미를 억지로 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유튜브나 OTT를 모든 부모님이 좋아한다고 가정해서 무조건 권하는 것보다는, 부모님이 관심 있어 하는 콘텐츠를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선택지를 넓혀드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4. 복잡한 기능보다 자신감이 먼저입니다

부모님께 디지털 기기를 알려드리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기기를 최신 모델로 바꿔드리면서 정작 어떻게 쓰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때입니다. “그냥 유튜브 보면 돼”라는 말 한마디로 끝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기기를 바꿔드리는 것보다 바탕화면을 정리하고, 아이콘 하나 크게 만들어 드리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라는 말이 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란 디지털 기기와 정보를 활용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뜻하는데, 이 능력은 나이와 상관없이 환경과 경험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노인의 사회 참여와 정보 접근성이 심리적 안녕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부모님이 새로운 콘텐츠를 스스로 찾는 경험 자체가 일상에 작은 활력을 더해준다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부모님이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묻는 횟수가 줄어드는 시점이 생깁니다. 그게 바로 자신감이 생긴 순간입니다. 복잡한 기능을 전부 알려드리는 것보다, 그 순간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결국 부모님께 새로운 취미를 선물하는 일은 비싼 스마트폰이나 최신 컴퓨터를 사드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가장 효과가 있었던 건 좋아하는 콘텐츠를 몇 개 찾아드리고, 화면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잘못 눌러도 괜찮다고 안심시켜 드리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는 이런 거 못 해”라고 하셨지만, 어느 순간부터 혼자 유튜브를 켜고 좋아하는 영상을 찾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새로운 기기를 사드리는 것보다 스스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드리는 게 진짜 취미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보면 좋은 글